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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에 논문 도둑맞은 전북대 몽골유학생 “많이 울었어요”

기사승인 2021.06.06  22: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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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정문© 뉴스1DB

(전북=뉴스1) 임충식 기자 = “말도 할 수 없었고, 하지도 못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몽골 유학생 A씨의 목소리는 예상과 달리 담담했다. 믿었던 지도교수에게 논문을 빼앗긴 대학원 졸업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

아직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간간이 영어를 섞었지만, A씨는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하지만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당시 도움을 준 동료 대학원생, 사건이 불거진 뒤 자신을 보호해 준 교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A씨는 지난 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도교수인 B교수님이 제1저자에서 제 이름을 삭제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학술저널에 보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A씨는 몽골국립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졸업 후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 분야 강의를 13년이나 했다.

그리고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지난 2008년 9월, 전북대로 왔다. 당시 전북대는 몽골국립대학교를 비롯해 몽골 주요 4개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은 상태였다.

이 협약으로 등록금의 70~80%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몽골국립대 학장의 적극적인 추천도 있었다. A씨는 한국에서 학위를 받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유학길에 올랐다.

비교적 영어가 능통했기에 수업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A씨를 힘들게 했다. A씨는 한 동안 동료 대학원생들이 거주하는 원룸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일정한 거주지가 없었기에 3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가야만 했다. 때로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필요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빵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했다. 당시 A씨의 소원이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을 정도였다.

문제가 된 논문도 이 같은 생활을 하며 1년 동안 고생해서 작성한 논문이었다. 한국 학생들과 교수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버티며 완성한 논문이었던 것이다.

제목은 '꽃 감지 알고리즘을 이용한 귤 수확량 예측을 위한 새로운 기법'이었다. 남자친구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성됐다.

논문은 2013년 8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등재 국제학술지인 IJPRAI에 게재됐다. A씨가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약 8개월 후 논문 제1자에서 A씨의 이름은 사라졌다. B교수가 학술지에 메일을 보낸 몰래 바꾼 것이었다. A씨 대신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지도교수의 친동생이었다.

친동생은 현재 전북대 기금교수다. 또 지도교수의 오빠(K대학 교수)도 포함됐다. 이들은 해당 논문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교수의 논문 저자 바꿔치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2014년 2월, 박사과정 졸업 후 몽골로 귀국하기 전에 B교수의 지시로 한 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아예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대학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대학에서 감사가 시작되자 B교수는 A씨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또 해당 학술지에 문제가 된 논문을 아예 저널사이트에서 삭제해달라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A씨가 논문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학부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동안 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A씨는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잃지는 않았다. 늘 도움을 줬던 동료들과 사건 이후 자신을 적극 보호하고 나선 교수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A씨는 “동료들은 저에게 원룸 한 켠을 내줬다. 또 이사할 때 늘 도와주고 간혹 맛없게 만들어진 빵도 사주고, 직접 팔아주기도 했다”면서 “한국 학생들을 포함한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고 있을 때에 교수님들이 도와줬다. 진실을 알려주고 이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적극 나서주셨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A씨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에 온다. 대부분 좋은 교수님들이다. 하지만 만약 좋지 않은 교수를 만나면 유학생들이 겪는 고통은 너무 커지게 된다”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지도교수는 한국 그 자체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B교수는 논문 저자를 바꾼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상태다. 또 석사학위 심사학생 4명에게 심사비 명목으로 각각 70만원씩을 요구하고 약 4년 동안 대학원생이 인건비를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학원생이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에게 대리 강의를 시키고, 자녀의 통원치료를 맡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북대 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 행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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