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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칼럼] 잠시 막 내린 이데올로기 싸움판

기사승인 2021.08.31  05: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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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하였다. 미군철수가 정한 시한에 맞춰 진행되면서 당 연히 예상되었던 상황이긴 하지만 수도 카불 함락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무엇보다도 탈레반 통치하에 들어가는 아프간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하는 물음을 던 지게 된다.

탈레반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탈레반 치하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1975년 미군의 베트남 철수에 따른 사이공 함락의 이 미지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 때와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눈앞에 있는 현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전쟁이 끝 나고 정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국내적으로는 탈레반이 통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탈레반이 압도적 무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아프가니 스탄에는 베트남과는 달리 부족정치의 전통이 있어 중앙집권적 통치를 실행하는 게 쉬운 과 정은 아닐 것이다.

탈레반으로서는 이미 한번 집권했다가 축출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조심 스럽게 전략적으로 그리고 정략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크게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정치적으로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력과 이에 대립하는 세력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 는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포석을 진행할 것이다.

서방세력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퇴하여 군 사력의 한계를 보인 것을 기회로 삼아,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서방에 대립하는 세력들은 자 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소모적인 전쟁에서 발을 뺀 서 방세력이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여유자원을 가지게 된 측면도 있다.

이 자원을 다른 지역 에서 경쟁세력의 확장을 막는 데 쓸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서방세력의 유럽과 동아시아 안보 를 위한 자원은 오히려 증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국내정치, 국제정치 경험을 지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략적 판단에 입각해서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시한을 정해 일관되게 진행했다.

철군 이후 당분간은 감염병 사태 관리, 미국내 인프라 확충 등에 가용자원을 집중할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중국의 부상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미국의 국가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과 학기술과 산업의 혁신에 자원을 투여할 거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안보역량 도 결국 경제력이 좌우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라크 전쟁과 함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보수강경파 네오콘 의 무모한 군사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실용적, 전략적 관점 보다 이데올로기적인 논리 에서 행동의 근거를 찾는 성향의 사람들이었다. 네오콘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알 카에다가 자행한 9.11테러와 같은 이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행위들이었다.

극단적 이데올 로기에 사로 잡힌 사람들의 나쁜 행동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사람들이 무 리한 행동으로 대응한 결과가 이라크 사태이고 아프가니스탄 사태다.

이 사태들은 아직도 진 행형이다. 이 지역들의 내일이 어떻게 펼쳐질 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지난 삼십여년간 아프가니스탄 역사에 후퇴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슬람 종교 이데 올로기든, 서구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든 모두 어느 정도의 성취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의 성취는 자신들 머릿속에 있는 이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게 당연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양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데 올로기 싸움이 전부는 아니다. 권력 싸움도 있고 이권 싸움도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싸움 은 다른 싸움보다 훨씬 질기고 치열하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이데올로기 싸움의 한 막이 내렸다. 다음 막이 오르기 전 까지는 휴지기가 있다.

그러나 극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니 극이 끝나도 또 다른 극이 시작 된다. 목숨 걸고 싸우기를 사양하지 않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의 등장과 함께. <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저작권자 © 데일리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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